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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니아 캠프에 잠깐 다녀왔다. 마침 장소가 충주에서 멀지 않은 단양이어서 부담 없었다. 현역 단원 은퇴한 지 꽤 되었지만, 아직 유포니아 캠프는 내게 중요한 행사다. 내 위치는 여전히 OB와 현역들 사이의 어디쯤으로, 매우 어중간하긴 하지만.

술을 왕창 사들고 갔다. 맥주 24캔들이 박스는 기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위트 와인 2종을 골라갔는데, 발포성 스위트 와인으로 가격도 저렴하면서 인기가 좋은 스텔라 로사와, 거의 포도 주스 급의 단맛을 뽐내는 골드바인(용량도 주스 급이다)을 선택했다. 그리고 시바스 리갈 12년산 700ml 한 병. 이건 작년 공군전우회 쪽 통역하고 수고비조로 받은 거다.

그리고 호세 쿠엘보(데킬라의 간판)와 그랑 마니에르(오렌지 껍질로 맛을 낸 꼬냑 리큐어)도 1병씩 가져갔다. 그랑 마니에르 위에다가 호세 쿠엘보를 올려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제조해 돌렸는데, 둘 다 40도에 육박하는 독주에다가 이 둘의 조합이 가져오는 상승효과로 가공할 위력의 폭탄이지만, 데킬라 특유의 씁쓸함 뒤에 입 안 가득 감도는 그랑 마니에르의 달콤한 오렌지 향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정말 쉽게 넘어간다. 단, 넘기고 난 다음에는 정말 ‘이상한 나라’가 눈앞에 펼쳐질지도. 독한 술이었음에도 재밌고(푸스카페 스타일로, 층이 진다) 맛도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잘 마셔줬다. 그 중 몇몇은 정말 ‘이상한 나라’에 가버리기도 했다…….

대선배님 한 분이 조니 워커 블루 라벨을 풀었다. 난 이런 고급 위스키는 처음 마셔보는데, 확실히 원액이 숙성이 잘 되어서 그런지 알코올이 목을 긁고 넘어가는 느낌 없이 술술 넘어가기는 했다.

일요일 주간에는 전체 연습 예정이 없어서, 아쉽지만 오케스트라가 맞춰보는 모습은 보지 못 했다. 대신 오랜만에 개인 연습 소리로 시끄러운 홀 안에서 나도 연습을 좀 해 봤다. 다른 사람이 연습하는 모습 보는 거 자체가 오랜만이라 좀 신이 나기도 했지만, 정말 알맹이 있는 탄탄한 소리 내는 단원들의 실력 앞에 또 한 번 낙담하기도 했다. 군 생활 하면서도 나름 악기 성실히 연습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난 왜 전혀 실력이 는 것 같지가 않지.

충주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숙소 청소를 했다. 일단 주방의 수납장 안을 정리했는데, 앞으로 주방에서 이것저것 시도 해 볼 요량이다.

2011/01/30 22:44 2011/01/30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