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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 : 고든스 진 Gordon's Gin

분류 : 진

제조사 : Gordon's(영국)

수입업체 : 디아지오코리아

도수 : 43도

시중가 : 20,000\ / 750ml

“거지도 취하면 왕 안 부럽다.” 도수가 높고 값이 싸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가장 즐겨 찾던 술. 국왕이 막대한 주세를 부과하자 폭동의 원인이 되기까지 했던 진은, 서민과 노동자의 정서가 어린 술이다.

진은 1차로 증류한 주정(酒精)에 각종 열매, 씨앗, 뿌리 등 식물성의 원료들로 향미를 추가하고 다시 증류하여 만드는데, 특히 ‘주니퍼 베리’는 진을 만드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재료다.

진의 향은 과학실험실의 화학 약품 냄새 같기도 하고, 무슨 시약 같기도 하다. 이 독특한 향과 더불어 종종 사람들이 ‘스파이시하다’라고 표현하는 강렬한 뒷맛은, 진이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엄밀히 말해 진의 ‘스파이시함’은 혀에 대한 자극이라기보다는 목에 대한 자극으로, 마치 생박하를 뜯어 먹은 것 같이(물론 생박하를 뜯어 먹은 적은 없다) 목을 얼얼하게(굳이 좋게 표현하자면 시원하게?) 만든다.

진의 종류는 만드는 법에 따라, 생산국가에 따라 다양한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랑 받는 진은 영국에서 주조되는 ‘런던 드라이 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런던 드라이 진 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랜드의 하나인 고든스 진은 무려 250년 전(1769년), 영국의 알렉산더 고든이라는 주조사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당시의 주조법이 지금까지 변함없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기업 비밀로 현재 주조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열 두 사람뿐이라나.

영국 노동자들처럼 포켓에 들어가는 작은 병에 담아서 스트레이트로 홀짝거리며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고든스 진은 ‘노동자의 진’이라고 하기에는 좀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도수가 매우 높고 독특한 향과 맛이 있어서 스트레이트로 즐기기에 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진과 토닉 워터를 약 1:4의 비율로 섞어서 진 토닉을 만들어 마시면 좋을 것이다.

진 베이스의 칵테일이라면 칵테일 중의 왕, 마티니가 있다. 마티니의 레시피는 너무도 간단한데, 포도주를 원료로 하는 혼성주인 베르무트와 적절한 비율로 섞어주면 된다. 하지만 드라이한 마티니는, 한국 사람들이 으레 칵테일에 기대하는 달콤한 맛이 없으니 너무 기대하지 말 것. 그 이름에 혹해 주문했다가 입만 대고 물리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본다.


2011/03/21 23:30 2011/03/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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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 : 호세 쿠엘보 이스페샬 Jose Cuervo Especial

제조사 : 호세 쿠엘보(멕시코)

수입업체 : 나파힐

도수 : 38도

시중가 : 25,000~35,000\ / 700ml

13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한 무리의 헐벗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합창과 안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생소한 광경에 우선 시선을 빼앗기고, 비참하고 음울한 내용에 몸서리 쳐졌던 뮤지컬.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말. 고종의 친척, 몰락한 양반, 퇴역한 군인, 가난과 핍박에 시달리던 천민들. 조선 땅에서 태어나 나라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본 일 없고, 세계사와 동떨어져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느 나라가 어느 대륙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그들은 돈 벌고 출세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혹하여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 ‘먹시국’으로 향하는 철선에 몸을 싣는다. 한반도 최초의 멕시코 이민자 1033명의 무거운 운명을 실은 일포드호가 출발한 곳은 ‘제물포’였고, 도착한 곳은 ‘살리나 크루스’였다.

멕시코 최남단, 작열하는 태양 아래 붉은 대지가 불타듯 끓어오르는 땅, 유카탄 반도.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구릉과 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물, 수도 한양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한강을 벗 삼아 살았던 조선인들은, 시선이 닿는 곳 어디까지나 그저 메마른 흙뿐인 곳에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그들은 키가 5~6척에 이르고, 뻣뻣하기가 동물 가죽 같으며, 억센 가시가 잔뜩 돋아나 있는, 흡사 용의 혓바닥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긴 식물을 베어야 했다. 그 날카로운 가시에는 찔리고 베이기 일쑤였고, 식물의 독과 태양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상처는 금방 곪아서 부어올랐다. 그들은 하루 수백 장의 잎을 뜯어내야 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 하면 농장주로부터 가혹한 채찍질을 당했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은 푼돈이었고, 그나마도 식량으로 입에도 맞지 않는 옥수수를 조금 사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그들의 인생은 문자 그대로 ‘절망’이었다.

가축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기구를 들고 일어난 무리들. 낫으로 감독관을 쳐 죽이는가 하면 도리어 총에 맞아 죽기도 하는 등 아비규환으로 치달아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 선명한 기억을 남기고 있는 그 뮤지컬의 제목은 충공깽...아니, 애니깽이었다.

애니깽. 이것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무거운 낫을 쳐들고 하루 종일 잎을 베어내야 했던 바로 그 괴물 같은 식물의 이름이다. 애니깽은 백합목에 속하는 용설란의 일종. 용설란(龍舌蘭)이라는 이름은 용의 혓바닥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이 용설란은 대단히 질긴 섬유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밧줄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고, 20세기 초반에는 그 수요가 엄청났기 때문에 멕시코 등지에는 이 용설란을 제배하는 대규모 농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용설란은 키가 매우 크고 억센데다가 날카로운 가시까지 가지고 있어서 그 잎을 수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용설란 농장주들은 거대 농장 운영을 위해 항상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조선인들의 하와이 이주 사례를 접한 그들은 영국 및 일본과 접촉하여 조선에 광고를 내고 이주 노동자들을 모집했던 것이다. 원래 이 이주는 노동의 기간이 정해진 시효 계약이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조선인들 수중에 남겨진 돈은 없었고, 그들의 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나 회사도 없었으며, 더욱이 당시에는 이미 그들의 나라마저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최초의 멕시코 이민자 1033명 중 다시 한반도 땅을 밟은 이는 없다.

이 용설란은 밧줄을 만드는 것 외에도 쓸모가 있다. 흡사 선인장처럼 사막의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용설란은, 내부에 풍부한 수액을 저장하고 있다. 용설란의 꽃줄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이 수액은 적당량의 당분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수액을 그대로 숙성시켜두면 자연 발효하여 감미(甘味)가 느껴지는 술이 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 술을 ‘풀케’라고 부른다. 발효주인 풀케를 증류하여 알코올의 도수를 높이면, 이것이 바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 ‘데킬라’다. 본래 막 증류된 데킬라는 여느 증류주처럼 무색의 투명한 액체이지만, 이것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시키면 밝은 노란색을 띠게 된다.

만일 어떤 술이 그 술이 빚어진 곳의 풍광과 정서를 담을 수 있다고 한다면, 데킬라야말로 멕시코 그 자체를 담고 있는 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데킬라의 씁쓸한 맛은 정복, 학살, 지배, 착취, 혁명, 내전으로 점철된, 부침 많은 멕시코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미묘하게 간직하고 있는 단맛은 솜브레로를 쓰고 기타를 튕기는 메스티소의 낙천성을, 그리고 목을 타고 넘어간 뒤 가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뜨거운 열기는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과 정열을 연상시킨다.

오늘날 데킬라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이 되었지만, 사실 데킬라는 멕시코의 한 지역 이름이다. 풀케를 증류하여 만드는 술은 통칭 메즈칼인데, 유독 데킬라 지역에서 만드는 메즈칼만을 ‘데킬라’라고 부른다. 이것은 ‘브랜디’가 모든 과실 증류주의 총칭이나 꼬냑 지방의 포도주를 증류하여 만든 브랜디만을 ‘꼬냑’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풀케를 증류하여 만들어낸 데킬라는 본래 보드카처럼 무색투명한 술이다. 이 상태로도 곧잘 음용되는데, 전혀 숙성시키지 않은 데킬라를 ‘블랑코’라고 한다. 이 무색투명한 데킬라를 스테인리스 통에 넣어서 2~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호벤 데킬라’가 된다.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데킬라 역시 오크통에 넣어 숙성을 시킨다. 그러나 데킬라는 너무 오래 숙성시키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데킬라는 위스키로 치면 스탠더드급인 6년산조차도 거의 없다. 오크통에 넣어 몇 달 정도 단기 숙성시킨 데킬라를 ‘데레포사도’급, 1년 이상 숙성시킨 것을 ‘아녜호’급으로 부른다.

호세 쿠엘보는 데킬라 브랜드 중 가장 유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이 술의 이름은 스페인 왕으로부터 하리스코 주 일대에 땅을 하사 받아 주조를 시작한 호세 안토니오 데 쿠엘보에게서 유래하고 있다.

데킬라는 스트레이트로도 마시고, 소다수와 섞어 마시기도 하며, 또 데킬라를 베이스로하여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 즐기기도 한다. 레몬과 소금 안주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져, ‘데킬라’하면 누구나 손에 소금을 찍어 핥아먹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지만, 데킬라는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개방적인 술이다.

2011/02/14 18:27 2011/02/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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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 : 스카치 블루 스페셜(17년) Scotch Blue Special

제조사

- 원액 : 앵거스 던디(스코틀랜드)

- 블렌딩 : 롯데칠성(한국)

시중가 : 53,000\/500ml

아마 군납 위스키 중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상품일 것이다. 원액은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것을 사용하고, 블렌딩은 한국에서 한다. 스카치 블루는 롯데칠성이 1997년에 21년산 상품을 시장에 공개하면서 등장하였고, 이후 6년, 17년, 30년 등 다양한 숙성년도의 상품이 차례로 나왔다.

나는 ‘한국인의 입맛’이라고 하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롯데칠성의 전략은 바로 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전략은 성공한 듯, 현재 롯데칠성의 한국 위스키 시장 점유율은 약 18%, 전체 3위에 해당한다.



스카치 블루의 제품 라인에는 12년산 위스키가 없다. 하지만 타 브랜드의 12년산 프리미엄급 위스키에 해당하는 제품이 있는데, 21년간 숙성시킨 원액과 6년간 숙성시킨 원액을 섞어서 만든 ‘스카치 블루 인터내셔널’이 그것이다. 위스키의 년산은, 블렌딩 된 원액 중 숙성 기간이 가장 짧은 원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단 한 방울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6년산 원액이 섞여있다면 그 위스키는 년산을 ‘6년’으로 표기하여야 한다. 하지만 6년산 스탠더드급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국내 시장에서 ‘6년산’ 표기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따라서 스카치 블루 인터내셔널에는 ‘년산’의 표기가 아예 없다. 6년산 원액을 섞은 것은 원가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놈의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니, 일단은 납득 할 수밖에.

한편 시중에는 200ml 용량의 작은 병에 담긴 스카치 블루도 나와 있다. 이것이 스탠더드급의 6년산 위스키. 조니 워커의 ‘RED’나 발렌타인의 ‘Finest’, J&B의 ‘Rare’가 모두 6년 숙성의 원액을 사용한 스탠더드급 위스키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나 영국, 기타 유럽 국가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음용되는 위스키는 바로 이 6년산 스탠더드급 위스키. 그러나 한국은 노래방에서 술을 시켜도 17년산이 등장하는 무서운 나라다.

스카치 블루의 공통적 특징으로(21년산 이상은 마셔보지 않았지만) 달콤한 향이 꽤 진하나, 맛은 부드러운 편.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2011/02/11 00:33 2011/02/11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