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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 보니 또 한 주가 갔군. 그러나 이번 주 일요일은 근무. 앞으로는 3주에 한 번 꼴로 일요일 근무를 서게 된다. 그나마 토요일 근무가 없어졌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지만. 근무 자원이 7명뿐이라, 1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근무를 서게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달에 최저 네 번, 많으면 다섯 번 근무를 서는 것이다. 군대라는 곳이, 우리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곳이긴 하지만, 굽실굽실하니까 만만하다 이거지?

오늘은 바이올린 레슨 받았다. 점점 레슨 시간에 레슨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가리 까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이건 좋은 현상이 아닌데……. 아직 모차르트도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선생님은 또 비오티 악보를 꺼냈다. 진도만 쭉쭉 빼주는 걸로 내가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남들에게 그렇게 엄격한 평가의 잣대를 들이 대는 내가, 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할 것 같은가? 한 곡이나 좀 더 제대로 봐달란 말이야. 내가 내 연주에 덜 짜증낼 수 있도록!

설맞이 주류 판매가 있었다. 위스키와 브랜디를 한 병씩 살 수 있었지만, 벌써 랑디가 두 병이나 있어서 스카치 12년산(조금 늦게 갔더니 17년산은 동이 나버렸다)을 두 병 샀다. 그리고 캔 맥주 한 박스. 책꽂이 한 칸을 주류 창고(?)로 쓰고 있는데, 랑디 두 병, 스카치 두 병, 와인 두 병이 진열되어 있다. 난 술을 장식 해 두려고 사는 것 같다. 와인은 자기 전에 곧잘 1/3잔쯤 마신다. 달고 단 스위트 와인으로.

차 찾아왔다. 어제, 회식 중간에 빠져나와 경기도 이천까지 가서 말이다. 엔진은 멀쩡해졌는데 오디오가 망가졌다. 이 차는 절대로, 어느 한 순간도 완전한 상태에 머물 수 없나보다. 퓨즈가 나가서 교체했는데, 그 중에 오디오 배선을 건드린 것 같기도 하고……. 이참에 AUX는 물론이고 USB에 SDHC까지 지원하는 새 오디오와 스피커를 사다가 달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음악 없는 운전은, 끔찍하다.

꿈이 실제 감각을 오인하고 부풀리는 것은 확실 해 보인다. 꿈속에서 세계를 깨부술 듯 요란하게 울려 퍼지던 폭음(爆音)의 실체가, 깨어보니 자명종 소리였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신기한 것은 때때로 어떤 꿈들은 그 감각의 ‘지각(知覺)’을 종착점으로 미리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훈련소에 있을 때 나는 오케스트라 꿈을 꿨는데, 단원들이 자리를 잡고, 지휘자가 등장하고, 지휘봉을 들어올리고, 단원들이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비로소 연주를 시작하면 그 곡은 다름 아닌 기상 음악이고, 화들짝 놀라 깨보면 실제로 기상 음악이 울리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기상음악 소리가 마침 기가막히게 적절한 타이밍에, 내 꿈속으로 난입하게 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 꿈은 기상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 때부터 내가 깨어나기까지 그 짧은 찰나의 시간 동안 꾼 것일까? 그 짧은 순간에 이토록 상세하고 생생하며 심지어 꽤 긴 시간이었다고 인지되기까지 하는 꿈을 꿀 수 있단 말인가?

2011/01/20 23:53 2011/01/20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