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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대전, 내 방이다. 공군대학을 방문하는 일정 때문에 대전에서 1박을 하는데, 대학 안의 숙소를 예약 해 주었지만 편하게 자려고 택시를 타고 방으로 와버렸다. 내일은 현충원을 들렀다가 오산과 서산을 방문하고 서울로 올라간다. 모레는 성남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내일 밤은 성남에 있는 내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성남 비행장까지야 금방이니까.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방문단은 항공 자위대 간부학교에서 지휘막료과정을 이수 중인 영관급 장교들이다. 나는 명목상 이들의 인솔자인 간부학교 교장(중장)의 전담 통역이지만, 아무튼 50여 명의 인원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어서 정신이 없다.

내 첫 통역이, 작년에 지휘막료과정 학생들이 수원 비행단을 방문했을 때 기지 안내 통역을 한 것이었다. 1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김해 기지에서의 환담은 무려 1시간 넘게 이어졌다. 50여명의 여권을 모두 수거하여 김해 공항으로 가져가 입국 절차를 밟는 동안 환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례적인 인사말이라도 오갔지만, 나중에는 이야깃거리가 떨어져서 일본 관광 가서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까지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전 가는 길에, 점심 식사 장소인 추풍령 휴게소까지 휴식 없이 달릴 예정이었는데 고속도로를 탈 때까지 길이 많이 막혀서 시간이 지체되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칠곡 휴게소에 잠깐 멈추게 되었다. 한참 배고플 시간이었는데, 화장실만 이용하고 바로 출발하겠다고 하자 정말 놀랍게도 50여 명 중 단 한 사람도 편의점에서 우유나 커피 하나 사는 일 없이 딱 화장실만 이용하고 버스에 다시 탑승했다. 겉보기엔 한국군보다 훨씬 군기 없어 보이는데, 이건 일본인들의 천성인가?

추풍령 휴게소에서 먹은 음식은 갈비탕. 이곳 갈비탕이 맛있는 편이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다.

공군 대학 방문. 브리핑은 무난히 지나갔다.

이어진 만찬. 계룡 스파텔에서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공대 총장님은 부담 없이 마음껏 먹으라고 했지만, 난 접시 하나에 받아온 음식도 다 먹지 못 했다.

가장 어려운 통역은 사회자의 썰렁한 농담. 차라리 나도 “그냥 한 번 웃으십시오.”라고 통역하고 싶다. 대충 내가 웃으면서 통역하면 사람들도 웃어준다.

일본어 실력을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대통령 통역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자리만 있다면 통역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을 텐데.

2011/09/20 23:43 2011/09/20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