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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다들 그의 죽음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하다. 그가 죽기 하루 전, 애플은 뭇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아이폰 5 대신 아이폰 4S를 공개했다. 만일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먼저이고, 그 뒤를 이어 혁신의 화신과도 같았던 잡스의 유지를 담은 것처럼 획기적인 아이폰 5를 내놓았더라면, IT 역사상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연출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애플은, 이미 4~5인치의 거대 액정에, 듀얼 코어를 탑재하고, 심지어 3G를 넘어선 4G의 기술력까지 탑재한 고성능 휴대폰이 즐비한 시장에, 기술적 차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제품을 ‘신제품’이라며 내놓고 말았다. 사람들은 애플의 혁신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떠들었고, 이 섣부른 진단에 대해 차분히 되짚어 볼 여유도 없이 마치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죽고 말았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은 어떻게 전개가 될까?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지만, 이런 분야에 대해서 도통 아는 게 없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저 한 명의 소비자로서, 내가 새로운 휴대폰을 구매해야 될 시기에 이르렀을 때에 가능한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할 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그가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부터 어떤 지향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잡스는 항상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리고 단지 하드웨어의 성능을 읊은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그 제품으로 인해 초래될 세상의 변화에 대해 역설했다. 그런 점에서 잡스는 철학자이고, 그의 인생은 문학적이다.

나는 작년 7월에 삼성의 갤럭시 S를 구입했다. 구입한 지 6개월 만에 최신 휴대폰으로 교체 해 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기꺼이 이 ‘낡은’ 기기를 보다 성능이 뛰어는 ‘새’ 기기로 교체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스마트폰의 구성은 아이폰과 거의 다를 게 없고, 오히려 성능이 더 뛰어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혹자는 그 수많은 ‘기계’들과 아이폰을 구별 짓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2011/10/07 00:08 2011/10/07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