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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훈련 일정을 연장시켰다. 그러나 너무 많은 비는 훈련 일정을 단축시켜버렸다. 원래는 내일까지 임무 수행 후 모레 아웃 브리핑과 함께 훈련이 종료 될 예정이었지만, 태풍의 상륙 소식이 전해지며 더 지체되다가는 조종사들이 꼼짝없이 이곳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내일 서둘러 훈련 종료를 선언하고 해산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공대지 1일차, 2일차 임무는 모두 취소되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 매스 브리핑에서 정보 브리핑을 실시했다. 조종사들의 타임 핵 시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던 것만 빼면(비록 치명적이긴 했지만) 무난한 브리핑이었다.

함께 훈련 받은 선배 장교들(정보2, 통제1)과 밖에서 닭갈비로 저녁 식사를 하고(이번에는 내가 돈을 낼 차례였지만 2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지원을 받았다), 밤에는 숙소 휴게실에서 간단히 맥주 두세 잔. 지금까지 비교적 관리 잘 해왔는데, 살찌겠다.

충주로 복귀하면 약어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하나도 외우지 않았는데. 1시간에 영어 단어 80개 외워 시험 봐 100점 맞던 시절의 두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과연 오늘 밤 안에 A4 3페이지 분량의 군사 약어를 다 외울 수 있을지. 물론 영어 어학장교들이 보기에는 우습겠지만. 후후.

내일 충주로 돌아가면, 사무실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이올린 교실을 방문 해 볼까 한다. 여유가 있을 경우의 얘기긴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 같다. 미루다가는 내가 갑갑해서 이런 생활을 절단내버리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될 것 같다.

2010/08/31 22:59 2010/08/31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