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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안 근무 다섯 번. 매번 근무를 서고 나올 때마다 마치 출소하는 느낌이다. 아, 햇빛, 이 비현실적인 햇빛. 근무 설 때면 시간이 세 배는 느리게 흐르는데, 그 늘어진 시간을 견뎌내면서 결국 세 배 빨리 늙는다. 모레 또 근무.

열심히 바이올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모차르트 3번은 역시 어렵다. 악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모차르트 사운드’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한 음 한 음 이미지를 하고, 활 쓰기를 신경 써서 해야 한다. 연습하고 있으면 무지 피곤해진다.

보상 휴일까지 더해져서 3일의 연휴가 된 크리스마스 시즌. 적당한 공연을 물색 중인데, 정작 크리스마스를 끼어서는 좋은 공연이 없다.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서트, 이를 테면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회 같은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는데, 오케스트라들의 굵직굵직한 송년 음악회는 모두 그 전후의 평일에 일정이 잡혀있다. 오랜만에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러 가고 싶었지만, 이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제야 음악회나 노려봐야하나.

김정은이 북한 경제 수준을 60~70년대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천명했다. 과거로의 회귀를 미래의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무변교(無變敎)적 교리는 낯설지가 않다. 불과 한 세기 전에 멸망한 ‘조선’이라는 나라는 바로 이런 교리 위에 건국되었다. 그들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것은 망각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철저히 기억하는 용의주도함으로 이 세상에 어떤 새로움을 가장한 것이 태어나는 것을 경계했다. 이런 속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인한다. 올바른 과거로 회귀하거나, 그릇된 과거를 반복할 수 있을 뿐이다.

오늘 뉴스에는 군복무를 다시 24개월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2010/12/06 21:16 2010/12/06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