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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산안이 처리됐잖아. 그 예산 안에 내 월급도 들어있단 말이지. 세상을 마음껏 욕할 수 있는 게 20대의 특권이라 했는데, 나는 벌써 그 특권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걸레 같은 세상 속의 더러운 찌꺼기가 되어가고 있는 거지. 결식아동 방학 중 무상급식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던데. 우린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세상에 살고 있긴 하지. 우린 더 나은 창조자가 될 순 없을까…….

근무 오프를 하고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다. 충주에서 받는 9번째 레슨. 부임한 지가 언젠데 이제 겨우 아홉 번째 레슨이지. 아무튼 스케일, 보잉 테크닉, 포지션 이동 등 기본기를 체크하면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진도를 계속 나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5천 원짜리 프라이드치킨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충주에도 롯데마트가 있는데 팔려나? 개인적으로 거대 유통 채널이 생산 업계와 소매 업계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롯데마트 치킨의 등장으로 다른 치킨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양인데, 구도는 영세 매장 업자와 대형 마트 간의 상대도 되지 않는 게임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현실은 어차피 식민지들을 잔뜩 거느린 대기업 대 대기업의 싸움일 뿐이다. 애당초 치킨 집 치킨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체인점 허가를 내주는 기업이니까. 이건 전국 어디의 어느 치킨 집을 가더라도 근본적으로 똑같은 메뉴를 내놓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우리가 이 사회에서 말살시켜버린 다양성이라는 것, 그게 기업이 내세우는 비용의 논리로만으로는 물리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전국 평준화(이 현상의 부분적 책임은 전국 인구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과 그 인근, 이른바 ‘수도권’에 있다)가 진행되고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이다. 안동찜닭이나 춘천닭갈비집은 지금이야 별 생각이 안 들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충주에 갇혀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다.

2010/12/09 23:27 2010/12/09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