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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청주 비행단 장교 숙소. 오늘부터 이곳에서 10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Soaring Eagle 훈련에 참여한다. 아는 것 하나 없는 백지 상태의 내 자신에 비추어 ‘훈련에 참여하는 조종사들을 지원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고 왔다고 생각한 나는 지레 겁을 먹었으나, 내게 주어진 일은 ‘훈련에 참여하는 조종사들을 지원하는 훈련’을 받는 것이다. 결국 훈련이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나가면 될 것이다. 어제 동생과 심야 영화로 ‘아저씨’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가 서버렸다. 주행거리 15km를 돌파한 마티즈가, 나의 과한 부림을 감당하지 못 하고 여기저기 망가져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더라면 오늘 청주 내려오는 고속도로 상에서 정지할 뻔도 했다. 나는 아빠 차를 대신 빌려가지고 내려왔다. 청주 비행단의 분위기는 충주 비행단과는 또 사뭇 다르다. 충주 비행단이 크게 원을 그리는 형태라면 청주 비행단은 일직선 형태다. 오후 1시 입과를 하고, 2시부터는 교육을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4시부터 1시간 못 되게 교육 받고 퇴근했다. 평일 5시 퇴근은 정말 오랜만인데(아마 부임 이후 두 번째일 거다). 청주 비행단 정보처 소속인 동기와 만나 함께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숙소로 들어왔다.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다. 구석구석의 먼지와 창틀의 벌레 시체 따위 앞에서 눈을 감는다면 그럭저럭 청결한 편이고, 샤워실이 딸려있으며, 책상도 있고, 무려 에어컨까지 설치되어 있다! 올 여름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에어컨을 파견 나와서 사용하게 되는군. 단 한 가지, 그러나 매우 치명적인 결점이라면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것. 무선 신호가 잡힐 거라고 했는데, 낌새도 없다. 하지만 스마트 폰만 있으면 어느 시골구석에 처박혀서도 포스팅을 할 수 있는 시대. 일단 편한 워드 프로그램으로 글을 쓴 후, 메모장으로 옮겨 저장한다. 그리고 블루투스 연결로 파일을 폰에 전송한 다음, 텍스트 파일을 열어 글을 복사하고, 3G 망으로 인터넷 접속 후 브라우저를 열어 블로그에 접속, 복사한 글을 붙여넣기 하여 포스팅을 한다. 이미지 편집도 가능하고 しかも日本語で書くことも可能! 이번 달 데이터 제한 초기화까지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사용 데이터는 60/500mb 뿐이니, 여기서 맘껏 써야겠다. 무선 랜이라는 것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그럼 그 랜카드는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쓰면 되는 거냐’라고 비꼬았었다. 그만큼 랜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 인터넷을 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 이제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카페에서 블로그 갱신을 하며, 골목을 거닐며 정보 검색을 한다. 정말 기술의 진보는 눈부시군. 그 빠른 흐름에 잘 따라갈 수 있으면 세상은 하루하루 편해지겠지만, 한 번 뒤처지면 이 세상은 점점 ‘접근 불가능’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이곳에 있는 동안 너무 바쁘지는 않을 것 같으니(무려 8시 출근이다!), 글을 좀 쓰고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주 포스팅을 해야겠다.
2010/08/23 19:31 2010/08/23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