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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것들이 매우 많지만, 지금은 시간도 체력도 부족하다. 바이올린 연습을 너무 과하게 했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연습하는 것은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 네 시간 가량을 쉬지 않고 연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습 후에는 기진맥진 해버려서 다른 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큰 부작용이 있다.

놀러(겸사겸사 학회에도 참석하러?) 필리핀에 가 있는 오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곳의 날씨는 섭씨 35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오늘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31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6개월간의 겨울이 끝나자마자 6개월간의 여름이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2013/04/17 02:29 2013/04/17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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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어째서 벌써 4월 7일이란 말인가? 훈련 2주 뛰고 한 주는 야간 근무 후유증으로 어영부영 보내고 다시 한 주는 통역 출장으로 보냈더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그러나 정신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공연 등을 챙겨 보러 다녔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감상. 월요일부터 통역 수행. 수요일 오후에는 서울에서 좀 일정이 일찍 끝나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교향악 축제를 보러 갔다. 서울 시향의 연주. 신지아로 개명을 한 신현수가 협연자로 나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금요일 김포 공항에서 손님들을 배웅하는 것으로 통역 업무가 끝나자 그 길로 대전으로 내려가 이번에는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임동혁과 안디 무지크의 연주를 봤다. 연주회 끝나고 몇몇 연주자들과 가볍게 한 잔. 아침에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가 이탈리아어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잠깐 한국에 들어온 로마 유학생과 만나 이탈리아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저녁때는 대학로에서 ‘기막힌 스캔들’이라는 연극 한 편을 감상. 모레는 대전 시향의 연주를 들으러 갈 예정.

연습실과 복싱장이 그립다. 내일은 일주일만에 연습과 운동!

2013/04/08 02:38 2013/04/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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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야간 근무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고 있다. 평소에는 밤에 4시간, 낮에 30분 정도의 수면만 취하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무기력하다. 어제는 도서관에 들렀다가 바이올린 연습실에 간 후 그야말로 기절했다.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워서 2시간을 자버렸다. 피부도 난리다. 하루 밤만 새도 얼굴에 뭐가 나는 특이 체질인데, 일주일 동안 야간 근무를 했더니 지금 피부가 난장판이다. 거울 보는 게 무서울 정도. 가라앉히려면 2~3주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도서관, 바이올린 연습, 복싱의 코스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내일은 무려 4주 만에 레슨을 받고, 모레는 3주 만에 논어 수업을 들으러 갈 예정이다. 조만간 영어 일기와 도시락 싸기도 재개하게 될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많은 것들을 실행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또 한 번 체득된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보잘 것 없는 한 인간이 때로 그토록 많은 일들을 이루어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2013/03/27 01:20 2013/03/2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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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중심 생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주의 수준을 100점이라고 하면, 연주 날까지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은 한 70점정도. 그리고 현재, 이미 도달 가능한 정점은 찍은 것 같다. 이 이상은 기초 실력의 한계가 있어서 연습한다고 나아질 것은 없어 보이고, 다만 과제는 연주 당일 날 내가 준비한 것을 얼마만큼이나 펼쳐 보일 수 있느냐 하는 것. 70점에 도달했다고 해도 그나마 반드시 70점짜리 연주를 해낼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연주하다가 갑자기 멈춰버리기라도 하면 그냥 0점이 되고 마는 것.

반복 그리고 또 반복이다. 손끝에 굳은살이 돌아왔다. 이탈리아에서 하게 될 생활의 맛보기라고 생각지만, 가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많이 연습해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보내는 1년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2013/02/19 02:15 2013/02/1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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祭如在 祭神如神在
제여제 제신여신제

『논어(論語)』「팔일(八佾)」편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주자는 정자의 해석을 따라서 제(祭)를 선조에 대한 제사로, 제신(祭神)을 조상이 아닌 다른 신에 대한 제사로 풀었다.

祭 祭先祖也. 祭神 祭外神也.

주자의 풀이를 따르면 위 구절의 해석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이 실제 임한 것처럼, 외신에 대한 제사를 지낼 때는 그 신이 정말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가 된다.

그러나 굳이 이런 번잡한 해석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요는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지내는 대상이 정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요지만 살리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제사를 지낼 때 있는 것처럼 하라는 말은, 귀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정말 그 귀신이 있는 것처럼 하라는 뜻이다.》

귀신이 존재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지내는 대상이 정말 있는 것처럼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 맞이하는 설. 차례와 제사는 엄연히 다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증조부모의 제사를 겸해 지내던 전례를 따라, 차례 의례에 약간 제사의 형식을 첨가해서 지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전례를 충실히 따랐으니, 만약 그 자리에 오셨다면 만족하셨겠지. 비록 작은 아버지 부부는 참석을 못 했지만, 대신 사촌 동생 현우가 그 집 대표로 참석했다.

설 연휴 기간에는 잠을 자면서 보냈다. 내가 얼마나 잠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오랜만에 깨달았다. 금요일에는 논어 수업을 듣고, 바이올린 연습까지 하느라 대전에 머물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집으로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일어나보니 이미 한낮이었다. 서울에는 저녁 무렵에 도착했다.

일요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오랜만에 아무런 부담 없이 게으름 피우며 보냈다. 저녁에는 영화를 내리 세 편이나 봤는데, 가장 큰 수확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잊혀진 꿈의 동굴」이었다. 3만 2천 년 전 석기시대 인류가 남긴 벽화가 완벽하게 보존되어있는 쇼베 동굴 내부를 세계 최초로 영상 촬영한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월요일 점심 때는 잠깐 과천에 들러 외할머니를 뵙고 새해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나는 그 길로 대전으로 내려와 방에 들르지 않고 연습실로 직행했다. 11시까지 바이올린 연습.

이번 주부터는 연주회 준비 모드로 전환한다. 실력이 부족한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까지 불러놓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잖은가. 연주회 날까지는 퇴근 후 도서관에 가지 않고 바로 연습실로 갈 생각이다. 가급적 잠도 충분히 자고 체력 관리도 해야겠다.

2013/02/13 02:09 2013/02/1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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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사임한다니. 교회 2,000년 역사에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하는구나. 이탈리아 가면 새로운 교황을 보겠군.

2013/02/12 00:54 2013/02/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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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무실 일 때문에 자료 조사를 할 게 있어서, 운동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이것저것 찾다가 결국 3시간도 채 못 자고 출근을 했다. 소불고기를 해가려고 고기랑 야채도 사놓고 미리 계란말이도 만들어뒀는데 도시락도 못 쌌다. 게다가 출근길에는 갑작스런 폭설까지. 결국 5분 지각하고 말았다.

평소에도 밤에는 4시간 정도 자니까 큰 차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4시간과 3시간의 차이는 컸다. 거기에 오전 내내 이런저런 일들이 사람 정신없게 만들고, 점심때는 오랜만에 병사 애들을 데리고 외식해서 심지어 소중한 낮잠시간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오후에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어서 퇴근 후에 곧장 방으로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공주 서예학원에 전화해서 수업을 하루 미뤘다.

그런데 오후 회의 시간에 잠깐 빈 사무실로 피해서 의자에 앉아 1시간 졸았더니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와서, 결국 퇴근 후에 도서관에 가서 논어를 좀 보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바이올린 연습과 운동도 하고 돌아왔다.

내일 저녁 때 논어 수업을 들어야하니 아예 바이올린 연습까지 하면서 느긋하게 보내고, 토요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가야겠다. 연주회 날짜가 2월 마지막 토요일로 확정되었는데, 아직도 연주 완성도는 미흡하기만 하다. 설에도 계속 연습을 해야겠다.

2013/02/08 02:01 2013/02/0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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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대전에서부터 직접 운전해서 교대까지 달려가 이탈리아어 강의 수강. 끝난 후 오페라 마니아 아저씨와 점심 식사. 프랑코 제피렐리, 마리아 칼라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거론되었다. 이 정도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배경 지식을 가진 사람이 흔치는 않은데, 오페라 강의도 한다더니 헛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시 분당 집으로 가서 엄마 차로 바꿔 타고 이번에는 속초로. 후배들과 함께 그랑 마니에르, 드람뷔, 호세 꾸엘보, 베일리스, 스카치 블루 등을 진탕 마시고 사망. 다음 날 2시 반에 속초에서 다시 서울로 출발. 중간에 폭설을 만났다. 보험도 안 들어있는 엄마 차로 눈길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짐. 그러나 미끄러질 때는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 균형을 잡으라는 충고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가까스로 충돌은 면했다. 정말 십년감수했음.

서울까지 가는데 무려 9시간이 걸렸다. 캐치온에서 틀어주는 시답잖은 영화 ‘마이웨이’를 감상. 참 멋진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밖에 못 만드나.

월요일 휴가. 저녁 때 대전으로 내려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이올린 연습과 운동을 했다. 피곤한 건지 어떤 건지 별 느낌도 없다.

요즘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고 있다. 이 활력이 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고꾸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2013/02/05 01:31 2013/02/0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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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일상에 대해 적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기할만한 일이라면 어제는 오랜만에 통역 수행을 했다는 것. 그러나 대담은 거의 한국어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내가 활약할 기회는 없었다. 오늘은 레슨이 취소되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어를 예습할 수 있었다. 공야장편을 읽고 있는데 주석에 고사(古事)가 언급된 부분이 많아서 해석이 좀 어렵다.

수요일의 체련 행사는 가볍게 무시했다. 내 운동은 내가 알아서 한다. 괜히 축구다 등산이다 트래킹이다 해서 내 소중한 체력을 낭비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과 시간에 땀으로 흠뻑 젖어버리면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연습실에서 바이올린 켜기도 곤란하고, 무엇보다 체력이 달려서 밤에 체육관 가기가 힘들어진다.

예전에는 내가 군인으로서는 낙제점을 받을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전투 의지라고는 전혀 없는데다가 체력마저 형편없었으니. 그러나 지금은 최소한 B급 장교는 되지 않나 생각한다. 1년 이상 복싱을 배워서 기초적인 전투 능력은 있고, 사격은 항상 만발. 지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력도 별로 꿀릴 게 없지 않나?

Marius, you're no longer a child
I do not doubt you mean it well
But now there is a higher call.
Who cares about your lonely soul?
We strive toward a larger goal
Our little lives don't count at all!

- 뮤지컬 Les serables의 수록곡 Red and Black 중에서 -

little life가 하찮은 인생을 의미하는 건지, 짧은 목숨을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느 쪽으로 이해해도 뜻은 통할 것 같지만.

Who cares about my lonely soul? Neither do I. Yes, there is a higher call and my little life doesn't count at all.

첨삭

2013/01/31 02:44 2013/01/3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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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금요일 저녁 때 결국 집에 올라갔다. 밤늦게까지 캐치온에서 틀어주는 별 시답지 않은 공포 영화 한 편을 보고 새벽 5시까지 이탈리아어 작문 숙제를 했다. 한 두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학원에 갔다. 수업 끝나고 학원 사람들과 연세대 모 교수 이야기를 하다가 마키아벨리가 잠깐 거론되었다. 오페라 마니아라는 아저씨, 굳이 내 앞에서 마키아벨리의 인생을 되짚어주실 필요는 없었는데. 나도 어디 가서 알량한 지식을 뽐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어디에나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공부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니까.

원래는 오늘, 오랜만에 오군을 만나 밥을 얻어먹으려고 했었다. 오군이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한 떡 쏘겠다고 했기 때문. 그러나 엄마 생일과 겹쳤기 때문에 일단 다음으로 미뤘다. 생일 기념 점심 식사는 예술의 전당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벨리니’에서 했다. 계산은 내가 했다. 이제 돈을 벌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쓸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써야겠지?

이날, 유희왕이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왔다. 인상주의 미술을 좋아하는 유희왕이 마침 예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보러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엄마 생일 식사 자리가 파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는데, 나는 그대로 예당에 남아서 잠깐 커피 한 잔 하며 유희왕을 기다렸다.

전시회는 꽤 마음에 들었다. 비록 그림들을 보는 내내 “왜 인상주의는 모네이고, 모네일수밖에 없는가.”란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가지 않았지만, 미국이 세계 예술의 주요 무대로 성장하기 전, 본류에 해당하는 유럽 미술에 대하여 아류의 위치에 있었던 미국 회화를 만나는 것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배우 구혜선의 영혼 없는 목소리 해설은 덤!

지금 예당에서는 바티칸 박물관전과 고흐의 파리 시대 작품전도 같이 열리고 있다. 둘 다 바티칸이니 고흐니 하는 화려한 타이틀을 내걸고 관중 몰이를 하고 있어서, 주말 예당은 초만원 사례를 빚고 있는데, 가보지 않고도 감히 말하지만 이 두 전시회의 수준이라는 것은 알만하고, 굳이 초등학생들과 함께 대형 그물에 낚인 채 도매 급으로 팔려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관람료도 더 싸고 사람 없어서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인상주의전을 추천한다.

도록이 좀 비싸서 안 산 게 지금은 살짝 후회가 된다. 자세한 리뷰를 쓰려면 도록이 필요한데…….

관람 끝나고 유희왕과는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차 한 잔 마신 다음에 헤어졌다.

일요일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요양원을 찾아가 할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잤다. 일어나서 저녁을 먹고, 대전 내려오면서 버스에서 또 잤다. 이제 다시 자야지. 내일부터 다시 촘촘한 일상이 시작된다.

2013/01/28 01:16 2013/01/28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