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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재개했다. 거의 두 달 만이다. 역시 음정이 많이 흐트러졌다. 활 그립을 바꾸기로 했다. 과도하게 올라가고 경직된 손목, 트레몰로라도 하려하면 거의 경련을 일으키는 팔……. 힘도 들거니와 주속이 느려서 템포 뒤처지기 일쑤. 별 수 없이 선생님과의 오랜 상담 끝에 활 쥐는 법을 교정 받았다.

첫 레슨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립은, 활을 매우 얇게 쥐는 것이었다. 사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좀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가서 그립을 고쳤는데, 검지로 활대를 감듯이 잡아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거의 활대를 따라 말려있다시피 한 검지를 밖으로 좀 빼서, 활등 위에 얹어 약간 무게를 싣는 느낌의 그립.

아무래도 손과 활의 각도가 달라지다보니 자꾸 활이 지판 쪽으로 가려하는 등 보잉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지. 일단 검지로 무게를 실을 수 있게 되니, 스타카토와 스피카토는 훨씬 편해진 것 같다. 손목을 이용하는 트레몰로는 아직 감이 잘 안 온다. 지금은 바뀐 그립으로 활을 빨리 쓰면 점점 활의 위치가 바깥으로 밀려나는 둥 갈피를 못 잡기 때문에…….

바이올린 4년 배우면 어디 가서 바이올린 좀 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 음악적 재능은 재앙의 수준. 그럼에도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게 된 운명은 무슨 저주가 내린 건가. 뭐 좋다. 일단 6년 더 배우고 보자.

2009/08/01 04:41 2009/08/01 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