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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 호텔에 있는 Pizza Hill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 언덕을 올라가면서 느낀 건데, 레스토랑 이름이 참 직관적이다.

예약하고 갔는데,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들어가지도 못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다. 과연 음식은 맛이 있더라. 시저 샐러드의 드레싱이 좋았다. 요즘 샐러드를 자주 만들어 먹고 있어서, 드레싱에 관심이 좀 있다. 지금은 그저 올리브 오일이랑 발사믹 식초를 적당히 뿌려서 먹고 있지만……. 조만간 카르파초 같은 요리에도 도전 해 봐야겠다.

피자는 그냥 평범하게 콤비네이션이랑 마르게리타를 시켰다. 나도 한때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피자’라고 답하던 어린애였는데. 어렸을 적에는 매주 주말마다 도미노 피자에서 치즈 피자 한 판을 시켜 먹었다. 도미노 피자에서 프로모션 차원으로 과천 시내 아파트에 ‘무기한 10% 할인 쿠폰’을 돌린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아파트들을 순회하며 우편함을 털어 100장 정도를 수거해 온 기억이 난다. 그런데 결국 우리 집에서 그 쿠폰으로 그만큼 피자를 시켜먹었으니까, 프로모션 차원에선 성공 아니었을까.

유독 우리 집에서 다른 피자는 일체 주문을 안 하고 ‘치즈 피자’만 주문했던 것은, 내가 매우 심한 편식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친구 생일잔치 같은 데에 가서 음식으로 피자가 나오면 가장 곤란했다. 토핑을 벗기고 먹는다든가…….

지금은 편식이 그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남들 눈에는 그저 밋밋한 피자로 보일지라도, 나는 여전히 치즈 피자를 좋아한다. 피자는 가장 정직하게 빵과 치즈와 토마토소스로 맛이 결정 나는 거다.

이탈리아 여행 때는 대부분의 끼니를 피자와 스파게티로 해결했다. 나폴리에서는 세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는 피자 전문점에도 가보았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살 때에도 매일 피자 한 두 조각을 점심으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대체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거야 마는 거야! 미국 전철역 같은 데에서는 무식하게 크고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끔찍한 피자를 조각 단위로 파는데, 전철역의 부산함과 얽혀서 아주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다.

일본에서 살 때엔 피자랑 인연이 별로 없었다. 기숙사 근처에 시카고 피자집이 있었는데, 배달시키지 않고 직접 찾아가면 20%인가를 할인 해 주었다.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드는 날, 피자 한 판 사와 먹거나 한 기억은 있다. 그러고 보니 오사카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개최한 이탈리안 페어라는 데에 가서 빵 같이 생긴 특이한 피자를 먹어 본 적은 있다. 그냥 크러스트 같이 생긴 빵 안에 짭짤한 치즈가 발려 있었다. 맛은 특별할 게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이때는 살라미에 더 정신이 팔려 있어서…….

어학연수 차 호주에 갔을 때, 딱 한 번 피자를 먹어봤다. 수도 캔버라의 나름 유명한 집이었던 것 같은데, 페퍼로니와 굵은 올리브가 올라간 매콤한 맛의 피자였다.

피자 얘기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떠올라 적어봤다. 겨우 피자 한 판 먹은 것이 이렇게 기억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이번 이집트에 가거든, 거기서도 피자는 한 번쯤 먹어봐야겠다.

2009/06/15 04:16 2009/06/15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