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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시험에 대해 한 마디 써두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지난 토요일,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왔다. 신대방 삼거리 역 근처에 있는 ‘강현 중학교’라는 곳에서 봤는데, 학교가 꽤 높은 언덕 위에 있었다. 매일 아침, 지각의 분초를 다투며 달리는 학생들에게 원성을 좀 살 듯하다.

입실은 1시까지 완료하라더니, 정작 시험은 2시 30분부터 시작했다. 고사실 찾아 가던 도중, 제1 고사실에 앉아있는 원종필을 발견. 이 녀석, 약사 자격증이 있어 10점의 가점을 받는다.

첫 시험 국사. 쉬웠다. 너무 쉬웠어. 근대 이후로는 일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제국 이후 범위에서 출제된 문제 몇 개를 못 맞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너무 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설렁설렁 전 범위를 다 훑는 거였는데.

언어 시험도 쉬웠다. 다만 문제 자체가 좀 바보스러운 것들이 있었다.

지각속도측정은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시험을 봤다. 이 시험은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위해 예시 문제가 제시되고, 풀어볼 시간을 1분 준다. 방송으로 ‘시작’이라는 구호가 떨어지자마자 몇몇 응시자들이 착각하고 본 문제 풀이에 들어가 버리는 사태가 발생……. 이런 거 이렇게 떠벌여도 되는 건지 몰라.

아무튼 시간이 너무 부족한 과목. 나는 답이 O, X로 갈리는 문제는 모조리 찍고, 사지선다형 문제만 풀었다. 3분 동안 30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한 7~8문제 푸니까 1분 남았던 것 같다.

자료해석능력 시험은 각종 통계 자료를 제시해 주고 그것에 근거해 문제를 내는데, 문제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퍼센트 계산 같은 걸해야 하는데 제시된 숫자가 10만 자리까지 가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나.

공간인지능력이었던가 뭐 지도 읽기 시험이 나왔다. 내 위치 찾기와 건물 위치 찾기는 쉬웠는데, 틀린 지도 고르기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그래서 틀린 지도 찾는 문제는 모조리 찍었다.

상황판단능력 검사는 뭐 정답이 없다니까 마음껏 찍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시험은 아주 쉽거나 시간이 부족해서 건들지도 못 하거나 하는 두 부류. 이래서 변별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보통 합격하려면 두, 세 달은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난 겨우 일주일밖에 공부를 안 했다. 과연 지각속도측정이나 지도 읽기 같은 건 훈련하면 숙달이 되겠지만, 그럴 필요까지 있나.

아무튼 시험은 끝나고, 결과를 기다릴 뿐.

2009/06/15 03:38 2009/06/15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