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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한동안은 낮이 긴 만큼 하루도 길게 느껴졌지만, 어차피 자러 들어가는 시간도 일러져 이젠 그런 느낌도 없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낮에도 글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연주회 리뷰가 밀렸다. 오늘 저녁에는 또 스테판 재키브 리사이틀 보러 가는데…….

일찍 일어나서 덕 보는 게 있다면, 바이올린 연습을 좀 더 하게 된다는 것. 지난 석 달 사이에 실력이 좀 는 것 같다. 비브라토도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고. 그러나 차이코프스키 5번 악보를 대할 때 느껴지는 벽은 여전하다. 이제 좀 있으면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할 텐데…….

며칠 전에는 고로케를 만들어봤다. 처음 만든 것이었지만 대성공. 역시 나는 요리 센스가 있다. 본격 요리 도전을 위해 찜기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종류가 다양하다. 테팔 전기 찜기 같은 게 훌륭해 보이지만 가격이 부담스럽고, 그냥 소박하게 냄비형 찜기를 살까 생각 중이다. 베이킹에도 도전 해 보고 싶은데, 오븐이 망가진 채.

어제 중국어 수업은 또 나 혼자 출석해서 1:1 과외를 받았다.

“우리 집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이거 요즘 딱 나한테 해당되는 말이다. 중국어 본문 두세 번 읽고, 선생님이 한국어로 뜻 읊어주면 척척 중국어로 바꿔 말해내는 나를 보며 머리 좋다고 난리지만, 정작 다음 날이면 본문 내용 따윈 기억의 저편이라는 거……. 그래도 꾸준히 배우니까 쌓이는 게 있어서 요즘은 수업이 좀 재밌다. 중국인 선생님이 중국어로 물어보면, 문장 구조를 기억했다가 그대로 대답에 써먹는 정도는 가능해졌다. 듣는 귀가 좋아서 알아듣기는 잘하거든.

2월 중에 중국 여행을 가려고 한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기본 회화는 가능하게끔 해 둬야지. 난 뭐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아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영어는 지금 평가 기간이라, 수업에 심사원(?)이 들어온다.

영어 수업은,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되는데,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의 부작용인지, 중국어 수업 마치고 저녁 먹은 뒤 수업 들어가면 정신이 현실과 몽상 사이에 반쯤 걸쳐있다. 꿈에서도 사용 가능한 일본어라면 모를까, 영어는 이런 정신 상태론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다. 그래도 심사원이 들어왔을 때는 정신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다. 기본 실력이야 레벨 5 안에서는 가장 나은 축에 드니까, 어지간하면 레벨 6으로 보내주겠지. 문장의 골격을 갖추는 건 하겠는데, 어휘가 부족해서 살이 안 붙는다. 단어 공부 제대로 안 한 대가를 치르는구나.

뭐 그렇다. 이제 운동이나 갔다가 바로 음악회 보러 가야겠다. 날씨가 추우니 부담스럽더라도 직접 운전해서 가야지…….

오늘 할 일을 일기에 적는 건 너무 낯설다.

2009/12/18 15:58 2009/12/18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