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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외할머니 생신이라 대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과천에 들렀는데, 맥도날드 앞에서 고등학교 동창 셋을 만났다. 셋 모두 졸업 후에 처음 보는데, 내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 중 한 명이 동원 예비군차 지금 충주에 와 있다. 게다가 또 다른 동창도 함께 말이다. 졸업 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만나려고 시도한 적조차 없는데 이렇게 만나지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저녁이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예비군들은 일과 끝나면 숙소 밖으로 나가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창문을 통해서 몰래 사식을 좀 넣어주는 것에 그쳤다. 사식이래 봤자 과자와 음료수 정도였지만.

바이올린 학원 사람들과의 회식은, 내 일정이 조정됨에 따라 한 주 미뤘다. 레슨을 추가로 받을 여유는 없을 것 같다. 10개월 가까이 레슨을 받았고, 비록 단 1회 연주 후에 원년 멤버들이 모두 탈퇴(당)한 황당한 단체이지만, 충주 시민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에 참여하는 재밌는 기회도 얻었다. 새 레슨 선생님 정보도 좀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건 많이 알아둘수록 좋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목요일에 소위 한 명이 충원된다고 한다. 한 1~2주 있다가 곧바로 3주짜리 교육 파견을 간다. 그 교육은 초급정보장교 교육인데, 교육생들 중 1~2명 정도가 더 이쪽 사무실로 올 예정이다. 목요일에 오는 소위에게 약을 먹여서 교육 기간 동안 질 좋은 애들 좀 구워삶아 오게 만들어야겠다. 떠난 뒷자리에 말이 무성하면 나로서도 편할 게 없지. 이제 이쪽도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훈련소 시절 같은 소대였던 동기 몇과 만났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하노이, 사이공 맥주로 두어 잔씩 걸치며, 동기 한 명의 군 생활 하소연을 들어줬다. 그러다 중간에 합류한 시니컬한 철학자에게 상담역을 맡기고, 문화의 향취와 역사의 흔적을 즐기는 취미를 공유하는 한 살 위의 형과 함께 경복을 1시간가량 산책했다. 다시 저녁때는 독일식 맥줏집에서 족발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수다를 좀 떨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에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10월 초쯤에 한 번 더 자리를 마련 해 보기로 했다. 그때는 좀 계획성 있게 준비를 해서 짧게 온천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다.

2011/06/22 00:53 2011/06/22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