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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일기장

아침 8시, 근무 교대. 방으로 돌아가 먼저 샤워를 했다. 과연 지금 운전을 할 수 있는 정신 상태인가 자문 해 보았는데, 교통 체증에 걸려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하는 상황만 피한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행선은 지옥이었지만, 서울 방향으로는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1시간 반도 걸리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

낮잠으로 수면을 좀 보충하고, 저녁때는 차례 상에 올릴 갈비찜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근래에는 거의 요리를 한 일이 없다. 충주에서는 세 끼를 꼬박 장교 식당에 신세지고 있으니. 일단 요리를 하려면 냉장고라도 좀 큰 것을 들여놔야 할 것 같다. 지금 냉장고는 물을 차게 해서 마시는 것 외에는 달리 쓸모가 없는 정도라.

돈이 500만원 모였다. 아니, 500만원 남았다고 해야 하나. 아직까지 적금을 들거나 펀드 상품을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돈을 쓸 데가 없다보니 그냥 쌓였다. 제대 할 때까지 4천만 원 모으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모으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돈 좀 쓰고 살아야겠다. 인생은 그때그때 즐기며 살아야지, 지나간 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피아노 레슨이나 받을까.

추석만 새고, 저녁 때 바로 충주로 내려간다. 목요일 또 근무를 서야하기 때문. 원래 내 근무 스케줄은 이번 주 월요일, 목요일, 일요일이었다. 아무리 내가 신임 막내 꼬꼬마 소위라지만, 대체 이 스케줄은 무슨 경우란 말인가(물론 추석 휴무일 기간 중 근무는 사다리 타기로 정해졌다). 다행히 일요일부터는 통역 파견이라는 핑계로 근무 스케줄을 월초로 당길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이틀 걸러 한 번씩 세 번 근무를 설 뻔했다.

지하는 아니지만, 밀폐 된 벙커 안의 상황실에 있다 보면 절로 두통이 인다. 다시 24시간 갇혀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익숙해지면 좀 나아지려는지. 근무 설 때마다 소설 책 한 권씩만 읽어도 한 달에 서, 너 권은 너끈히 읽을 것 같은데.

2010/09/22 03:33 2010/09/22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