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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졸업했다. 유포니아 바이올린 파트 사람들과 한 컷. 솔직히 말하자. 나는 중증의 인간 혐오증 환자다. 하지만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 같은 사람이 ‘동료애’나 ‘우정’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이기심이고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들은 내게 대학 생활 마지막에 최고의 1년을 선물 해 주었다(그리고 어떤 의미에선 최고의 졸업식도). ‘음악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지 실력은 턱없이 부족한 내가 정말 음악을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순전히 이 ‘동료들’ 덕분이다. 실력상 도저히 멋진 연주로는 보답을 못 하겠고, 그저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마음의 짐은 늘 있었고, 지금도 지고 가지만, 이들의 성취를 지켜보면 흐뭇해진다. 예전에 이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따금 대강당 복도에 홀로 남아서 읽기도 힘든 악보를 펼쳐놓고 더듬더듬 켜고 있노라면 마치 거대한 호숫가에 앉아서 돌멩이를 하나씩 집어 던지고 있는 것 같은 막막함과 절망감이 느껴졌노라고.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연주를 할 때면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나 역시 한 사람의 선원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저 꽃다발은 후배 애들(근데 기수로 치면 동기!) 몇 명이 돈을 모아 사준 것인데, 그만 뒤풀이 장소에 놓고 와버렸다. 나답지 않게 취했던 걸까. 꽃은 시드는 것. 그러나 나는 시들지 않는 그 무엇을 얻어가노라고 믿고 싶다.

2008년 8월 28일.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진짜 졸업식은 9월 4일 연주회 날이다.

2009/08/30 06:40 2009/08/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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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깨끗이 떨쳐버리지 못 한 채 여전히 과거에 붙들려있는 마음을 가리키는 단어이자, 더 이상 어찌 해 볼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이다.

그러나 또한 미련이란 차마 끊어버리지 못 해 연연(戀戀)하는 그 어리석음에조차 달콤한 향기를 배게 하는 낭만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미련, 그것은 종종 새벽이라 오인 되는 황혼과도 같아서, 마음의 저편에 드리운 주홍빛이 부질없는 집착인지 혹은 인생의 목적인지 알지 못 한다. 그것은 어제에 갇혀버린 삶의 잔광(殘光)일까? 내일을 향한 삶의 신광(晨光)일까?

절절이 애태우며, 갈구하며, 바라고 바라고 바라며, 빛을 향해 걸어갔다.

2009/08/24 04:19 2009/08/2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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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블로그 설치했으니 사진 테스트.

풍채만 보면 어엿한 집의 수호견. 앞집 개, 옆집 고양이, 땅 위의 쥐부터 하늘의 꿩까지 어지간한 동물은 모두 절명시키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지만,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순해서 낯선 사람에게도 전혀 짖지 않는 녀석들.

눈 내린 날 찍으니 알래스카 풍경 같다.

2009/05/12 03:39 2009/05/12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