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일기장

인간에게는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런 창조에 대한 열망이야 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열정이 아닌가 싶다. 비록 바이올린 연주가 내 마음처럼 되지는 않을지라도 끝내 악기를 손에서 놓지 못 하는 것은 나날의 연습이 이러한 욕구를 어느 정도 달래주기 때문이겠지.

요즘은 요리에 빠져있다. 일본으로 교환학생 가서 써먹으려고 익혀 둔 요리 실력을 설마 한국에서 쓰게 되다니. 지난 주 토요일에는 이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토요일 저녁의 이마트는 아비규환. 나도 대기업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 어떤 문제의식을 품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단 말인가? 진중권 같은 사이비 지식인이야 대통령과 해적 방송 진행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꼬는 등 가십 거리 따위나 물어뜯지만, 정말 배웠다 하는 대학 교수들은 대체 뭘 하고 있나. 정치인이며 언론이며 재벌 손녀들이 운영하는 한낱 빵집이나 물고 늘어질 줄 알았지, 이 기형적인 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비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진정한 지식인들이 단지 함구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애당초 그런 자들은 이 나라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초등학생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교수처럼 나불거리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바로 지식인들의 오랜 부재, 역할의 상실로 인하여 지성의 권위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샤브샤브를 해 먹을 생각이었지만, 샤브샤브 1인분 재료를 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서 그냥 닭볶음탕을 하기 위해 닭 한 마리를 샀다. 밑반찬 재료도 좀 사서 장조림, 두부오뎅조림, 계란말이 같은 간단한 반찬도 만들었다. 내친김에 맛없는 식당 밥을 먹는 대신, 당분간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오늘은 갈치 한 토막도 구워 놨다. 밥은 백미에다가 현미를 좀 섞어서 지었다.

2012/02/07 01:27 2012/02/07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