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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11월에,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4학년생 멤버들이 모여 4回生オ?ケ(4학년 오케스트라)를 한다고 한다. 2006년 10월, 나는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그곳은 내 음악 생활의 원점 같은 곳이다. 입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오케스트라 전체 합숙 훈련에 따라가게 되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입단을 하더라도 실력에 따라 첫 한 두 학기 내에는 연주에 서지 못 할 수도 있다. 나는 실력 미달에, 그나마도 학기 중간에 불쑥 나타난 존재라 당연히 연주회 참가 대상이 아니었다. 바이올린 파트의 고토, 츠카모토, 테라노 등을 비롯하여 1학년생들 중 꽤 많은 수가 그렇게 연주회 참가 대상이 아니면서도 합숙 훈련에 따라가는 처지였는데, 이 합숙 훈련이라는 것이 철저히 정기 연주회를 대비한 훈련이라, 연주회에 서지 않는 사람들은 훈련 기간 내내 무료하다. 무료함도 달랠 겸, 그리고 초심자들은 실력 향상도 도모할 겸, 캠프 때는 1학년들만으로 이루어진 ‘1학년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그리 어렵지 않은 곡을 연주했다.

그때 연주했던 곡이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과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서곡이었다. 당시 나는 도저히 두 곡을 모두 준비할 실력이 안 되어서,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 연주에만 참여했다.

이 1학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고 이어진 것이 바로 4학년 오케스트라였다. 이제 졸업을 앞둔 4학년생들로만 이루어진 미니 오케스트라. 과연 지난 수 년 오케스트라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멤버들이라 1학년 오케스트라와는 풍기는 오라부터가 달랐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1학년 오케스트라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의 멤버였던 오자와, 히가시, 마츠바라 등 선배들도 아마 이때 연주에 참여했을 거다.

이것도 벌써 3년 전 이야기이다. 3년 전 1학년 오케스트라를 했던 이들, 4학년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를 감탄하며 바라봤던 이들이, 이제는 4학년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고토는, 혹시 가능하면 11월에 일본에 와서 함께 연주하지 않겠느냐고 제의 해 줬지만, 일이 예정대로 술술 풀리면, 난 그때쯤 입대하여 한창 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일단 입영하면, 중간에 탈영이라도 해서 일본으로 밀항하지 않는 한 연주는 어림없는 얘기다. 사관후보생 선발 시험에 낙방하거든, 그때는 주저 없이 가겠지만 말이다.

나는 과거를 추억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다. 언제나 과거 보다는 현재가 중요하고, 추억에 잠기기보다는 미래에 대해 꿈꾸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는, 이따금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리운 존재다. 내 음악 생활의 원점이자, 어쩌면 지금까지도 오케스트라를 지속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이끄는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나도, 일본에서의 시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때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2009/06/09 04:49 2009/06/09 04:49